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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동네 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 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또 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 해가며 찌개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피스타치오 아몬드나.. 체리 쥬빌레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개 사들고 "두 개 중에 너 뭐 먹을래?"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그를 닮은듯 나를 닮고 날 닮은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 아이들이 잠 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세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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