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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03 왕탱이와 휴전협정
  2. 2006.10.03 못말리는 시아버지
  3. 2006.10.03 술향기 따라 주막을 찾아서
  4. 2006.10.03 우리엄마는 필리핀사람
왕탱이와의 휴전 협정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70)
안희환 기자  
20060518.jpg


우리 집과 큰아버지댁은 한 동안 양봉을 했었다. 하다가 수입이 별볼일 없어서 그만두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큰아버지댁에 갔을 때 큰아버지가 우리보다 더 많은 벌을 키우는 상황이었기에 날아다니는 벌들의 모습이 더 생동감있게 여겨졌고 그런 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여간 정신없이 움직이는 벌들은 아무리 보아도 부지런했다.

그런데 간혹 땅바닥에 떨어진 채 죽어있는 벌들을 볼 수 있었다. 큰집 누나들의 설명에 의하면 왕탱이 짓이라고 한다. 왕탱이는 커다란 벌인데 꿀벌처럼 많지는 않아도 자주 볼 수 있는 벌이었다. 덩치가 상당히 컸는데 기존에 보던 말벌보다도 훨씬 컸으니 그야말로 벌들 세계에서는 거인에 해당했다. 그 왕탱이가 꿀벌을 물어 죽인다는 것이다.

나는 왕텡이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왕텡이가 잔뜩 무리지어 다니지 않는다는 점과 날아다니는 속도가 무척 굼뜨다는 점 때문이었다. 소 여물을 저어주는 커다랗고 긴 나무 주걱을 들고 있다가 날아가는 왕텡이에게 휘두르는 몇 차례만에 큰 주걱에 맞아 떨어지곤 하는 왕텡이였다.

나는 떨어진 왕탱이의 머리를 몸통에서 분리했다. 그리고 가슴팍에다 머리를 붙었다. 잘려나간 부위에서 흘러나온 끈끈한 액체 때문에 옷에 붙은 채로 꽤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는데 커다란 왕탱이의 머리가 장식물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그 머리를 들어 누나들 머리에나 옷 속에 집어넣으면 기겁을 하곤 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누나들이 산에 올라가서 무언가(그게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들 중 한명이 부촉을 받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는데 약을 바르느니 치료를 하느니 난리였다. 사연을 알고 보니 산 속에서 왕탱이 한 마리에게 쏘인 것이었다. 침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누나는 다음날 괜찮아졌다. 왕탱이에게 쏘인 부분은 여전히 부어있는 상태였고 통증도 있었지만 활동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는 나와 왕탱이는 휴전 협정을 맺었다. 나는 더 이상 소 주걱을 든 채 왕탱이를 사냥하여 꿀벌의 복수를 해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 다행히 한번도 쏘이지 않았지만 왕탱이의 침이 그토록 위력적인 줄 내 어찌 알았겠는가?

그렇다고 왕탱이를 무서워해서 왕탱이 날개 소리만 들어도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나이인데 그깟 왕텡이 한 두 마리에 줄행랑을 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나의 태도에 기가 죽었는지 왕탱이도 내게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다른 왕탱이들의 복수를 한다고 덤벼들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도 왕탱이와 나와의 휴전 협정은 이어져오고 있다.

사실 어른이 된 후로는 왕탱이를 본 적이 없다.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멸종을 한 것인지 서울이기에 살 수 없어 산속에만 거하는지 알 수 없지만 배지처럼 달고 다니던 왕탱이의 머리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왕탱이와의 휴전 협정이 깨진다 해도 그 머리를 가슴팍에 붙이는 행동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와서 보니 생각만큼 멋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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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gfriend
저희 시아버지는 유난히 잔소리가 심하십니다.
제가 농담삼아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울 시아버지 잔소리 수준은 거의 국제적이라는거죠..
결혼 후 시댁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시아버지는 미주알 고주알 뭐라 말씀하시고
시동생들끼리는 TV 보면서 딴 얘기 하고.. 시아버지 말씀은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죠.
저만 처음에 한마디 한마디 다 듣고 응수하고 그랬는데 아 이런거였구나 하고 눈치챈 순간
그냥 얼렁뚱땅 흘려듣곤 했어요.
직장 다니는 저 때문에 아이를 시어머니께서 봐주시거든요,
시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애 잘 놀고 있는지 확인 전화를 하루에 기본 다섯번은 한답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아침부터 퇴근하실때까지 수도없이 전화를 하시구요..
두달째 직장을 잠시 쉬느라 제가 아이를 데려왔거든요. 당연하잖아요. 애 엄마가 애랑 같이 있는게..
근데 문제는 그 놈의 전화...
시어머니한테 하시던 습관이 그대로 저한테 온거예요.
하루에 몇번씩 걸려오는 시아버지 전화... '애 잘놀아? 애좀 바꿔봐' 이제 22개월 지나서 말 배우기
시작한 애한테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지...
애 밥은 제대로 먹이냐, 오늘 저녁에 오지 않을래, 내가 갈까 등등...
시아버지 전화때문에 미치기 직전에 시어머니 전화가 띠리릭... 애 데리고 와라.
발신자 표시 보고 전화 안받으면, 받을때까지 수십번 하십니다... 그래도 끝까지 안받고 있음
신랑한테 띡 전화가 와요. 집에 무슨일 있냐구,, 아무일 없다그러면 아버지가 빨리 집에 가보라고
전화하셨댑니다. 연락이 안된다면서.....
한번은 아버님한테 대들었어요. 애가 엄마랑 같이 있는데 어련히 잘 먹고 잘 놀지 않겠냐고,, 그게 그렇게 못미더워서 몇번씩 확인 전화를 하시냐구... 정말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그당시 제 심정은 폭발하기 직전이었거든요.. 그랬더니 전화 하시는 횟수가 하루에 두번 정도로 줄었어요.
어제, 오늘은 걸려온 전화를 모두 안받았어요.
저 정말 나쁜 며느리죠?
근데,,,, 시아버지 전화 번호 찍히는거 보면 진짜루 짜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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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gfriend
술향기 따라 주막을 찾아글쓴이jingu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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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향기 따라 주막을 찾아 다닌지 어언 여러해, 마침내 내 맘에 드는 술집 한 곳을 찾아내었다. 수많은 술집 중에 자기 맘에 드는 술집을 찾아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따라 술집을 전전하며 방랑아닌 방랑을 해야만 했던 나이기에 내 맘에 드는 술집을 찾아낸 순간,오랜 생활 타향살이하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 곳은 도시 변두리지만 상당히 번화한 곳이였으며, 밤이되면 휘황찬란한 네온불이 반짝거리는 유흥가와 먹거리가 밀집한 곳이였다. 차로에서 백오십보 정도 걸어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는 길목엔 음식점과 카페,술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와 열기는 시장기 든 애주가들에겐 술생각이 절로들게 만든다.

드디어, 주막에 도착하니 문 앞은 온통 대나무 잎사귀로 치장해 놓았으며, 통나무 주막간판에는 "대나무숲" 이라는 옛글로 운치있게 새겨져 문 옆 한켠에 우뚝 서있다. 주막문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서자, 홍안의 동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나를 맞이하였다. 곳곳에 옛날식 고전등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사방은 모두 대나무 줄기와 잎사귀로 둘러져 있으며, 옛 선인들의 때묻은 고가구며, 기구, 연장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시금털털한 동동주 냄새가 예민한 내 코를 자극하고,언제 틀어놨는지 은은한 가야금산조 소리가 주막안에 울려 퍼졌다. 낯설은 여행지에서 쉴 곳을 찾아낸 안도감 같은걸 느끼면서 통나무 긴의자에 살며시 걸터 앉았다.술집 손님이면 으례 그렇듯, 누가 술접대를 할 것인지 주방 쪽으로 넌지시 시선을 돌려보았다.

이윽고, 중년 여인 한사람이 내게로 다가와 술과 안주를 시키는데,연노랑색 바탕에 나비들이 너울너울 춤추는 수 놓은 한복이 참으로 곱게 느껴졌으며, 가까이 올 때마다 여인의 살속에서 풍기는 백합꽃 향기같은 그윽한 향내는, 조용하고 정숙한 중년 여인의 자태와 잘 어울린 것 같았다.그녀가 살며시 따라주는 술잔속에 나의 마음은 달아 오르고,취기가 더 할수록 그녀에게 내미는 나의 술잔은 그녀를 취하게 만들고 만다. 둘 다 흥취가 최고조에 이르면 중앙 한가운데 비어둔 공간으로 나가, 온몸으로 휘저으며 춤을 추었다."얼시구 좋다. 에헤라 좋구나", 가야금산조 소리는 커져만 가고, 지칠대로 지친 술좌석은 새벽녘까지 갈 때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술집을 찾아 나무대문을 열자마자, 동자녀석은 하던 일 그만두고 잽싸게 달려나와 전축위의 판들을 거둬내고 내가 좋아하는 가야금과 대금연주 판들을 올려놓는다. 손님은 왕이라던데 정말 왕이 된 기분이었다. 계산대 뒤에 걸어진 안동 하회탈은 계산하는 손님들을 보고 웃고 있는데, 기실, 이 술집을 찾은지 얼마 안되어 내가 여주인에게 선물한 것이다. 얼마후에 시 한 수를 지어 술좌석 옆 벽에 붙여 두었는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말하기를 "꽤 재미 있으신 분이 지으셨나보다"하니, 과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이러하기를 이여년 어느날, 휘영청 달도 밝은데 여느때와 같이 터벅터벅 걸어 술집에 당도하니 문은 굳게 닫혀있고 게시문도 없는지라, 할 수 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퍼득 떠오르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 가는데, 집식구들 한테 미안한 마음이 내가슴 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나만 즐기자고 가정을 소홀히한 내 죄책감이 그날따라 나의 가슴을 짓누르고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술집 찾는 것을 그만두자" 하고 다짐을 하였건만, 그녀에 대한 미련을 쉽게 그만 둘 수 없었다.

몇 개월 뒤 술집을 찾아가 보니, 그 옛날 대나무숲 우거진 주막은 온데간데 없고 현대식 카페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소식을 물어 보았으나 알 수가 없고, 지난 몇 년간의 행적들이 주마등같이 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세월 속에 묻혀버린 아련한 추억이지만, 요즘도 가끔 그녀가 생각날 때가 있다.



- 竹 林 之 樂 -


술향기를 따라 주막을 찾아
어언 여러 해

죽림칠현 머무른 곳
대나무숲 당도하니

청풍명월 아래
선남선녀 거닐구나

가까이 가서 보니
홍안동자 양귀비네

어느샌가 나도 몰래
당황제가 되었구나

홍안동자 시중들고
양귀비가 술 따르니

신선놀음 따로 없네
죽림 속에 낙이 있다

일배일배 부일배 ( 一杯 一杯 復一杯 )

이두일배 아일배 ( 李杜 一杯 我一杯 )


☞ 이 시는 "술향기 따라 주막을 찾아"라는 글 속에 그 내용이 들어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꼭 당황제가 된 기분이었으며 완전히 술독에 빠져 있었다. 마지막 귀절의"마시게나마시게나 많이들 마시게나, 이태백이여 두보여, 나도 한잔 들찌니! " 는 이태백의 싯귀 일부를 차용한 것이다. 이 시를 술집 벽에 붙여 놓고, 술집을 찾는 이의기분을 재미있게 했던 추억이 있다.


- 仙 人 之 道 -

오늘은 만월이라 휘영청 달도 밝다.

월하선인 허허로이 죽림 안을 거닐다가

마음의 병 얻었다오

죽림왕래 잦아들면 정이들까 하두려워

하산할까 하여이다.

세간 일이 번잡하면 무심결에 찾아오리

월하선인 발길 돌려 그리움만 안고 가네!

☞ 이 시는 "술향기 따라 주막을 찾아"라는글 속에그 내용이 들어있다. 잘 다니던 술집이 그날따라 하루 영업을 쉬었던 것인데, 왔다가 되돌아 가는 나의 심정을 시조 성향으로 표현하여 보았다. '이제 이 술집을 찾는 것도 그만 둘 때가 됐는데...' 하면서도 미련은 남아 기약없는 자기약속을 해버리는 마음 약한 나의 의지가 우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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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만 필리핀 사람… 사랑은 똑같아”
전북 장수초등교 ‘어버이 날 편지 쓰기’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요? ‘사랑해요’ 한마디밖에 없어요.”

3일 오전 11시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초등학교 4학년 1반. “평상시에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솔직하게 쓰세요” 라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이 부산해졌다. 정신없는 아이들 사이로 유달리 까무잡잡한 피부의 김수진(10)양이 눈에 띄었다. 연필을 꼭꼭 눌러가며 열심히 편지를 쓰더니 금방 편지지 절반이 넘어갔다. 행여 누가 볼까 하트모양이 그려진 분홍빛 편지지를 다른 종이로 가려가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수진이의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로 시작해 “안녕히 계세요” 로 끝나는 ‘이상한’ 편지. 하지만 어법은 서툴러도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은 넘쳐났다. “항상 학원 빠지고 놀고 죄송해요. 이제부터 학원 빠지지 않고 다닐게요. 그동안 동생들이랑 싸우기만 하고, 또 말의 말을 꼬리달고(말대답하고) 죄송해요. 하루종일 집에 오면 TV보고 놀고, 내 마음대로 하고 죄송해요.”

편지내용 대부분이 반성문이지만, 부모님 사랑에 보답하려는 생각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 “이제 곧 어버이날이네요. 그래서 쿠폰을 만들었어요. 그 쿠폰은 한달 동안 이용할 수 있어요.” 수진이의 쿠폰은 ‘뽀뽀 쿠폰’ 이다. 엄마가 수진이에게 쿠폰을 보여주면 한달동안 언제든 사랑스러운 딸의 뽀뽀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이란다.

수진이는 편지를 쓴뒤 색종이로 카네이션도 접었다. “엄마 것 한 송이, 아빠 것 한 송이.” 수진이는 자그만 손에 종이 카네이션을 들고 “어버이날 엄마, 아빠한테 달아줄 거에요” 라고 자랑했다.

친구들 엄마와 다른 엄마 모습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될 법도 한데 수진이 생각은 전혀 달랐다. 수진이가 생각하는 엄마는 언제나 상냥하고, 맛있는 음식도 잘 만들고, 게다가 영어까지 잘 하는 세계 최고 엄마다. 학교 특별활동 영어시간에 수진이 엄마가 보조 강사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어 친구들 앞에서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지난해 여름 엄마를 따라 필리핀에 가서 놀다 온 것도 수진이의 자랑거리다. 담임교사 박여주(여·27)씨는 “엄마가 외국인이라 엄마를 대할 때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엄마를 더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들이 많다” 고 말했다. 박형주(57) 교감도 “이 마을에서 태어나 똑같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다른 점이 뭐가 있겠느냐” 며 “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떼어서 생각하는 자체가 편견이고 차별” 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중국인인 6학년 1반 윤정수(12)군의 편지는 글씨는 서툴지만 내용은 제법 어른스러웠다. “우리집 농사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일요일마다 부모님 일 거들게요.” 큰 아들답게 대견한 모습이다. 일본인 엄마를 둔 2학년 2반 강영신(9)양은 편지의 절반을 그림으로 채웠다. 엄마, 아빠 사이에서 영신이가 만세를 부르고 있는 그림이다.

전체 학생 363명 중 20명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인 장수초등학교는 이날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편지는 어버이날 집에서 부모님이 받아볼 수 있게 학교에서 한꺼번에 부쳤다. 얼굴도, 피부색도 다른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비뚤비뚤 써내려간 편지에는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엄마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장수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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