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내 마음에 집 | |
사랑하는 친구야.. 가을이 성큼 네 앞에 다가와 있겠지? 요즈음 왜 소식이 없는 거니? 블로그에 안부를 남기는 너의 모습을 본 네 남편께서 채팅을 하는 줄로 오해를 하셨다는 이야기 충분히 이해가 되기는 하였지만, 남편에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 싫어 네가 발길을 뚝 끊으니 그 동안의 밀린 이야기들을 안게판을 통하여 미주알 고주일 주고 받던 재미가 끊겨 여간 서운한 것이 아니구나. 하기사 울 짝지도 처음엔 마찬가지였단다. 내가 컴퓨터 앞에 있기만 하면 그 속에 무엇이 들었길래 그리 붙어 앉아 있냐며 너무나 화를 내서, 저녁에 그가 퇴근해 돌아오는 기척을 모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으면 간이 툭 떨어질 만큼 놀라기도 했었단다. 퇴근해 오는 기척이 들리면 얼른 안 한 척, 스릴 만점이었어! 그러니까 별 것도 아닌데 점점 더 재미있어지더구먼. 우리 아이들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예전에 교과서 밑에 재미있는 소설 책을 숨겨 놓고 읽던 그 가슴 졸이는 기분! 하지만 요즈음은 판도가 좀 변했지. 친절한 나는 그를 인터넷의 세계로 초대를 했지.^^ 너, 늦바람이 무섭다는 것 알고 있지? 그는 천재적인 속도로 컴퓨터 정복을 해 나갔고 이젠 모르는 것이 없을 지경이란다. 요즈음 나는 그가 퇴근을 해도 말을 할 시간도 없는 날이 생겨 버렸어. 그가 혼자 컴퓨터 앞에서 댓글을 달며 실실 미소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지쳐서 잠들곤 하는 날들이 종종 생기곤 하지. 인터넷 안에서 우리는 정보는 공유하지만 서로의 공간을 철저하게 존중해 주고 있거든. 회사 일에 내가 참견을 하지 않고 그가 집안 일에 참견을 하지 않는 것 처럼. 오늘 아침에 내가 네게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버렸구나. 어제까지 나는 간단한 피정을 받았는데 네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어서...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어. 시대에 맞추어 변하지 않는 네 낭군님 생각이 났었나 보다. 피정을 간 것이니까 물론 신앙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이지만 예로 들어주신 이야기가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아서 네게 꼭 들려주고팠단다. 서울 명상의 집에서 오신 오성균 요셉 신부님의 이야기란다. 이곳에 계신 여러분들 중에 십 년 전의 자기 자신과 지금의 모습이 신앙 안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 보십시오. 십여 년 전의 추운 겨울 날이었습니다. 원장 신부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신문을 가지고 오는 직원에 출근을 안 해서 신문을 읽을 수가 없으니 사무실 직원이 결근을 하게 교육을 잘못 시킨 오신부가 나가서 신문을 사 오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명상의 집은 우이동 산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만해도 신문 배달이 되지 않았었고 사무실 직원이 아침에 출근을 하며 자기 집에 배달 된 신문을 들고 출근을 했었습니다. 원장 신부님은 외국 신부님이셨는데 아침 식사 후에 영자 신문을 읽으시는 것이 그 날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셨던 분이셨습니다. 추운 겨울이어서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나는 할 수 없이 원장 신부님의 신문을 사러 산 아래의 호텔로 갔습니다. 호텔에 가니 신문이 없었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간 내게 신부님은 거기까지 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오냐며 그 밑에 덕성여대 앞에까지 다시 다녀오라며 화를 내셨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투덜거리며 신문을 사러 덕성여대 앞으로 갔지만 그곳에도 영자 신문은 없었습니다. 다시 빈 손으로 돌아온 내게 원장 신부님은 이왕 거기 까지 갔으면 수유 전철 역까지 갔다 오지 그냥 왔냐며 다시 역정을 내셨습니다. 아니, 이 추운 겨울에 원장 신부님의 아침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두 번씩이나 밖을 다녀 왔으면 되었지 "수고했다, 추웠지?" 하며 위로는 못해 줄 망정 지금 내게 무슨 화를 내고 계시는지 나는 부아가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대꾸도 안하고 원장 신부님의 방을 나왔습니다. 잠시 후 원장 신부님이 나를 찾는다는 말에 나는 신부님을 피해 요리저리 돌아 다녔습니다. 원장 신부님은 나를 찾아서, 나는 원장 신부님을 피해서 이층 집을 뱅글뱅글 돌다가 보니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나는 원장 신부님의 방으로 찾아가서 내가 잘 못한 것이 뭐냐고 큰 소리로 따졌습니다. "내가 당신 몸 종이냐고, 추운데 다녀왔으면 위로는 못해 줄 망정 왜 역정을 내시냐고.." 이 말에 원장 신부님은 뱅글뱅글 웃으시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하셨습니다. 웃어? 그것도 비웃듯이 뱅글뱅글? 나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 하며 화를 내다가 우연히 눈길이 나의 두 손에 갔는데 내 두 손은 방금 이라도 원장 신부님을 때릴 듯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습니다. 나는꽉쥐어진 내 주먹을 본 순간 그 길로 원장 신부님 방을 뛰쳐 나가 산으로 올라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해 꽉 쥐어져 있던 내 주먹! "나를 다 버리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 보겠노라고 신부의 길을 택한 지가 십 년이 넘었는데 십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너무도 통탄스러웠고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이 나를 변화 시키지 못하고 있는가] 매일의 숙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붕어빵 장사 앞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붕어빵이 구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하!"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원리는 단순했습니다. 붕어 빵을 구우려면 제일 먼저 빵 틀에다가 기름 칠을 합니다. 그 위에 반죽을 붓고 속(앙꼬)을 넣고 다시 반죽을 더 붓습니다. 뚜껑이 덮어지고 구우면 붕어 빵이 나옵니다. 붕어 빵 속의 속 재료가 다이아몬드로 변한다고 해서 겉 모양이 다른 붕어빵이 나옵니까? 빵 틀이 변하지 않는 한 속의 재료가 무엇이 들어 가든지 똑같은 모습의붕어빵이 나올 뿐입니다. 내 인생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언제나 같은 모습의 내가 보여지고 있을 겁니다. 내 삶의 가치의 틀을, 예수님의 가치의 틀로 바꿀 때 우리는 변화 된 모습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제대로 옮겼나 모르겠네. 뭔가 가슴에 와 닿았니? 너는 신자가 아니니 "예수" 라는 단어를 빼더라도 말이다. 네 남편도 빵 틀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지, 인간의 평균 수명이 일년에 몇 년씩 길어 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서도 기꺼이 변화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니? 오늘로 붕어빵의 장례식을 해야겠어. 인생이 전환점을 지나가고 있더라도 나는 변화하는 삶을 택하고 싶단다. 죽는 날까지 내가 변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나는 변하고 싶어. 오랜만에 엄마랑 함께 지내며 나는 지금 불 효녀 노릇을 하고 있단다. 엄마가 혼자 사시겠다고 독립 선언을 하셨기 때문에 그 변화에 맞추어 엄마가 혼자 기쁘게 기꺼이 살아 가시려면 변해야 할 많은 것들을 일흔 다섯이나 되신 노모께 매일 일러드리고 있단다. 엄마는 곧 잊어버리시지. 그러면 나는 말하지. 기억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안경을 끼세요.눈에 보이는 것들이 정확해야 판단도 정확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엄마는 변해야 합니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셔도 주무시려고 해도 엄마의 곁에 아무도 없습니다. 아파트에 엄마 혼자이실 겁니다. 말을 하는 내 가슴에 피 눈물이 흘렀단다.엄마의 눈에 살그머니 고이는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야. 친구야, 엄마는 소화불량에 걸리셨어. 큰 딸에게 와서 마음 놓고 기대어 쉬시려 던 것들이 매일 이어지는 혼자 살기 교육으로 너무 고단하셔서. 그러나 이 고통스런 과정을 내가 맡지 않으면 엄마는 혼자 사시며 너무 외롭고 힘들어 곧 병이 나실 거야. 저녁이면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쓰시는 엄마를 봐. 나 혼자 생각하지. 오늘은 혹시 이렇게 쓰시지 않을까? "큰 딸은 내게 변화를 해야만 살 수 있다고 강요를 한다. 정작 변화 해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닐까? 노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자상한 딸의 모습으로...." 안게판에 너의 답 글이 있기를 간절히 고대하며 글을 마친다. 보고프고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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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의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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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다... 지난 일요일, 또 신경질이 도졌다. 할머니와 한바탕 했다. 그날은 친구와 관악산 등산가기로 약속하고 전날 미리 특전미사에 갔다 왔다. 일찍 집을 나서려는데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못 가게 되었으니 다음으로 미루잔다. 배낭을 메고 나서든 참이라 그냥 밖에 나오니 비가 오고 있다. 도로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는데 채현이가 와서 비켜 달라 한다. 또 쥬니버다.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할머니는 찬장속의 그릇들을 끄집어 낸다. 왜 그러느냐 하니까 옆집에서 찬장을 하나 맞추었는데(삼십오만원)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십만원 주고 샀단다. 우리 것은 한 이십년쯤 썼고 시꺼먼 색이라 보기도 그래서 버리고 흰색으로 바꾸잔다. 그리고는 조금 있으니까 인부 두 명이 찬장을 들고 들어오는데 내가 열이 올랐다. 크기도 모양도 내가 보기에는 영 마음에 안 든다. 전에 쓰던 것이 훨씬 고급이고 좋은데 왜 바꾸느냐고 따졌다. 그리고 바꾸고 싶으면 벽면 전체를 바꾸어 재배치하자 고 했다. “살림을 살아도 내가살고 집에 있어도 내가 훨씬 오래 있는데 웬 남자가 여자 하는 일에 간섭이냐”고 하는 할머니 말에 시비가 붙었다. 다른 사람이 있는데 서도 고함소리가 나온다. 기분이 그래도 내가 질수 밖에.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참고 있는데, 며느리(숙모) 딸(엄마)한테까지 이른다. 여자는 여자끼리 한통속이라 그런지, 두 사람 다 내가 잘못이라 한다. 나는 새 찬장이 마음에 도저히 들지 않아 기분이 그랬는데, 아이들 앞에 그게 뭐람. 어른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고 뭉개는데 이게 무슨 꼴인가 해서 속이 부글부글 한다. 그래도 여자들이 합동해서 공격해오는데, 또 반격해봤자 나만 손해다 싶어 참고 있었다. 말도 하기 싫고, 딸-며느리도 보기 싫고 그냥 신문이나 보고 다행히 티비에서는 월드컵 축구나 하니까 그거나 보고 있었다. 모두가 귀찮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현이는 할애비 어깨를 타고 치대며, 디비디 (엘리스,피노키오)를틀어 달라고 조른다. 이자식도 여자라고 할머니 편인가? 우현아! 나랑 놀자. 그런데 이놈은 요즘(9개월 안됨) 뭐든지 잡고 설려고 하는데 몸이 흔들흔들 하면서 서니까 잘 잡아 주지 않으면 넘어진다. 이것도 신경 써야하니까 이놈도 귀찮다. 에이 아무도 없는 시골이나 내려가 혼자 살까? 거기가 천국일거다 아침이면 먼데서 퀑 이랑 뻐꾸기 소리 들리고 배부른 암소의 새끼 찾는 울음소리 들으며 하루가 시작되고 낮이면 나무그늘 밑에서 책이나 읽고 잠 오면 오수를 즐기고 저녁이면 어릴 적 친구 만나 술이나 한잔 하며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나 나누고... 이백(李白) 우인회숙 (友人會宿) 척탕천고수 (滌蕩千古愁) 천고의 시름을 잊고저 유연백아음 (留連百아飮) 자리에 앉아 백동이의 술을마신다 양소의차담 (良宵宜且談) 좋은밤 이야기는 끝이 없고 호월미능침 (晧月未能寢) 달은 밝아 잠못 이루는데 취래와공산 (醉來臥空山) 취해서 공산에 누으니 천지즉금침 (天地卽衾枕) 천지가 즉 이부자리인 것을 아 그리운 고향이여 친구여 보고 싶은 산야여 내 어쩌다 얼마나 출세한다고 여기서 고생하고 있는가?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세상의 멍에를 벗고 친척과 정겨운 이야기 나누며 농사 짖고 채소 가꾸고 나무 키우며 시냇물 흐르는 내 고향으로 돌아 가리라. -도연명(陶淵明)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채현이 좋아하는 이상한나라 엘리스라도 되었나? 사는 것이 다 이런 건데 늙어가며 손자 재롱 보며 그놈들 커가는 것 보며 사는 것이 행복인데 예서 또 뭘 바라는가? 괜한 욕심은 과욕이고 심신을 망치는 불행의 씨앗이야. 자꾸 짜증내면 노년에 제일 무서운 우울증에 걸리는 거야 인생이란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attitute for life) 여유를 가지고 살자. 조그만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우나니 흔들리면서줄기를 곧게 세우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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